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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

과학적 사고는 대개 사건과 사건, 변인과 변인,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사고이다. 우리 옛말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말은 배의 떨어짐이 까마귀의 날아오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 관계는 인과관계, 즉 배의 떨어짐은 까마귀의 날아오름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인과적 사고의 오류를 비유하는 말로서 까마귀의 날아오름과 배의 떨어짐은 우연한 일치였지 결코 인과적 법칙성은 없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는 사고는 인간에게 있어서 거의 본능에 가깝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사고과정 중 현상의 원인에 대한 사고과정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 인간이 인과관계를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자 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인과관계를 알면 예측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예측을 통해 현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상 사이의 인과관계 이해는 인간을 그만큼 유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인과관계에 대해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만약 ‘C’‘E’의 원인 이라는 주장이 사실로서 인정받으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인 J.S.Mill은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로 시간 조건이다. ‘C’의 발생은 시간상으로 ‘E’의 발생에 선행한다. 둘째로 함께 변화한다는 조건이다. ‘C’의 변화는 ‘E’의 변화를 수반한다. 셋째로 배타 조건이다. ‘C’ 이외의 다른 것들은 ‘E’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인과성에 대한 Mill의 조건은 오랫동안 과학계에서 통용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방통행의 인과성은 현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일방통행의 인과성이란 ‘C’‘E’의 원인이고 ‘E’‘C’의 결과라는 말로서 ‘C’에서 ‘E’로의 관계는 있어도 ‘E’에서 ‘C’로의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방통행의 인과관계만 발견되는 현상도 있다. 그러나 자연 세계와 인간사는 그렇게 일방통행의 인과관계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가장 흔한 예로, 발달심리학자들은 유아의 행동은 어머니의 행동에 의해서 결정되는 측면과 아울러 어머니의 행동이 유아의 행동에 의해서 결정되는 측면을 발견한 것이다. 오래전의 발달심리학자들은 유아의 성격 발달에 대한 어머니의 영향에 관해 주로 연구했으나, 최근의 심리학자들은 유아의 행동과 어머니의 행동 간에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상호적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런 양방향적 인과성에 대한 관심은 상담연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내담자에 대한 상담자의 영향을 탐구하는 것은 일방통행의 관계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영향을 탐구하는 것은 양방향적 관계를 보는 것이다. 심리학 및 상담이론에 있어서 양방향적 인과성에 대한 대표적 이론은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이 있다. 사회학습이론에서는 상호적 결정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양방향적 인과성의 대표적인 이론으로 가족치료 및 부부치료 전문가들의 체계이론이 있다. 가족 및 부부치료이론에서는 가족 간의 상호성, 순환적 인과성, 반복 발생하는 순환고리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예컨대, 아내의 잔소리와 남편의 폭언은 일방통행의 인과관계라기보다는 반복해서 발생하는 양방향적, 순환적 인과관계로 파악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견해이다.

 

상관관계

과학자들이 인과관계를 밝혀내고자 하는 데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이 세상의 현상들은 과학자들이 인과관계를 쉽게 밝혀낼 수 있도록 만만하고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일방통행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려면 이른바 독립변인을 연구자가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양방향적 인과관계를 밝혀내려면 이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인과관계는 주로 실험연구설계에 의해서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험의 변인을 조절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연구도 많다. 이런 경우 연구자들은 관찰 자료를 양적, 질적으로 분석하여 변인 간의 관계를 밝혀내려고 한다. 이런 연구를 서술연구라고 칭한다. 변인 간의 관계를 기술하는 양적인 분석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귀분석이다. 회귀분석 중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은 이른바 피어슨의 적률상관 다시 말해서 단순상관이라고 부르는 계수이다. 계수는 보통 ‘r’로 표시하며 이것은 두 변인 간의 상관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현상의 복잡성은 이런 단순상관, 즉 두 변인 간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다. 통계학과 계산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서 여러 변인 간의 관계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따라서 복잡한 현상 내의 역동적 관계를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통계기법을 통틀어서 복합적 변인 분석이라고 칭하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복합적 회귀분석과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다. 이외에도 캐논분석 등 고차원적인 복합적 변인 분석의 기법들이 있다. 복합적 변인 분석의 통계기법은 현상 자체가 복잡하여 간단한 개념적 모델로는 이해나 설명이 곤란한 연구 문제에 대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복잡한 통계기법을 사용해야 우수한 연구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간단한 통계기법을 사용한 연구는 급이 낮은 연구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통계 방법은 자료의 성격, 밝혀내고자 하는 연구 문제의 성격 등에 의해서 선택되는 것일 뿐, 통계 방법 자체가 연구의 질을 대변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 최근에는 각종 다양한 통계기법들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 문제와 자료의 성격에 적합한 분석기법을 옳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가급적 통계전문가의 의견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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