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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연구에서 통계적 추론의 중요성

앞에서 과학자는 궁극적으로 경험적 자료에 의거해서 이론과 가설의 진위 여부, 타당한 정도를 평가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과학의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경험적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수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과학자는 현상에 대한 모든 자료를 다 수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표본에서 모집하게 되므로 연구자는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전체를 추정하는 방법을 쓴다. 표본에서 모집하기 위한 이론과 추리통계학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자료수집의 정확성

독자들은 관찰과 측정의 신뢰도와 타당성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있을 것이다. 관찰과 측정의 타당성 이란 원래는 복잡한 의미들을 지니고 있지만, 편의상 한마디로 표현하면, 연구하고자 하는 구성개념을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하였는지를 말한다. 올바른 구성개념을 관찰하고 측정하였는지 아니면 엉뚱한 다른 구성개념을 관찰 혹은 측정하였는지, 그리고 그 구성개념의 의미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등을 지칭하는 측정론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관찰과 측정의 신뢰도 또한 복잡한 개념이지만, 편의상 간단히 표현하면, 측정 도구, 상황, 시간, 측정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측정의 결과가 얼마나 일관성 있게 나오는지에 대한 개념이다. 예를 들자면, 10분 간격으로 올라설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체중계는 신뢰도가 낮은 측정 도구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측정의 객관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측정자간의 일관성으로서 신뢰도의 일종이다.

 

통계적 추론의 기초 개념

연구자가 현상 전체가 아닌 일부를 관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언급하였다. 이 점은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가 똑같다. , 양적 연구에서는 자료를 수로 변환시키지만 질적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양적 연구자는 주로 통계학에 근거하여 통계적 추론을 하며, 질적 연구자도 나름대로의 추론을 한다. 질적 연구의 추론 과정은 통계적 추론보다는 덜 표준화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는 통계적 추론의 기초적 개념을 설명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표본과 전체집단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편의상 쉽게 설명하면, 표본이란 연구자가 실제로 자료를 얻는 데 사용한 피험자들을 지칭한다. 전체집단은 그 표본이 모집된 모집단이라고 가정되는 피험자들을 지칭한다. , 표본은 그것의 전체집단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가 입수한 자료는 표본에서 모집된 자료이다. 하지만 연구자는 표본이 된 피험자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집단에 관한 관심이 더 크다. 대학생 내담자 30명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는 그 30명에 대한 사실만이 아니라 대학생 내담자라는 전체집단에 대한 지식을 얻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 표본에서 모집된 자료에 근거한 전체 집단에 대한 추정은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효율적이면서 정확할까? 추리통계학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지식이라고 보면 된다. 추리통계의 기본은 귀무가설(歸無假說, null hypothesis)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40명의 대학상담소 내담자를 표본으로 모집하여 20명에게는 전문상담자가 개인당 40분간 접수 면접을 실시한 후에 담당 상담자를 배정하고(실험군). 20명에게는 접수 면접을 실시하지 않은 채 상담자를 배정했다(대조군). 그리고는 상담 신청과 담당 상담자와의 첫 면담 사이에 '상담에 대한 기대'를 측정하였다. 이 연구에서의 귀무가설은 실험군의 기대치 평균과 대조군의 기대치 평균 간에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라는 가설이다. 그런데 연구자의 당초 관심은 접수 면접이 상담에 대한 내담자의 기대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했음이 명백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통계절차는 그 반대인 귀무가설을 설립한 후에 얻어진 자료 분석의 결과가 그 귀무가설을 부정하는지 검토하는 절차를 취한다. 자료 분석 결과가 귀무가설을 기각하면 원래의 가설이 지지받는다는 논리이다. 과학자들은 왜 이런 이상한 혹은 부자연스러운 절차를 취할까? 이 질문에 대한 유일한 정답은 없겠지만, 하나의 대답은 과학자들은 과학적 검증의 조건을 대단히 보수적으로 만들어 놓는 경향이 있어 왔다는 것이다. . 가설의 진위 ‘A’를 밟힐 때 가설이 진실임을 밝혔다는 "진보적" 방식보다는 가설이 ‘A’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다는 "보수적"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과학자가 얻은 자료가 표본에서 모은 것에 불과한 자료라는 것을 과학자는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적 검증이란 귀무가설을 부정할 뿐 연구가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완전히 옳은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가 적은 지식을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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